임상시험센터 소식

동북아 의료허브, 꿈이 아니다 2005-09-13 국제신문

작성자
pa*****
작성일
2005-09-16 10:29
조회
139
[손동운 칼럼] 동북아 의료허브, 꿈이 아니다

곧 추석이다. 명절이 되면 일가친척이나 친구들의 대소사가 화제에 오르지만나쁜 소식들도 많다.

그 가운데 "누가 병에 걸렸다" "누구는 세상을 버렸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뜻하지 않은 변고와 질병에 대한 이야기는 "어쨌든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덕담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로 요약할 수 있다. 생로병사는 병원 및 의료수준과 연관된다. 의료는 그만큼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과학기술이 가장 먼저, 많이 활용되는 분야도 국방과 함께 의료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개별 의사의 진단, 처방 능력이 아니라 첨단의료장비와 생명과학, 정보통신기술, 핵과학 등 21세기의 과학기술력이 결집되는 종합과학이다. 

의료 자체도 질병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건'이 아니라 관광과 휴양, 제약업과 실버산업까지 포괄하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액 가운데 의료분야가 37조원에 이르고 외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쓴 돈이 1조원을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암치료를 받아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휴스턴의 MD앤더슨 병원은 연간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21억달러(2조5000억원), 고용창출은 3만5000명에 이른다.

미국 동부의 볼티모어시는 연간 27억달러(3조200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와 관광·컨벤션산업을 일으켜 도시 재건을 꾀하고 있다. 

이를 보고 싱가포르에 이어 중동의 두바이도 의료를 관광·휴양과 연계한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암과 같은 난치병의 조기진단 수요 증가는 병원을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가 아니라 국내·외 관광휴양객, 비즈니스맨, 은퇴한 연금생활자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따라서 병원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도 의료를 관광·컨벤션·휴양과 패키지로 연결하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침체에 빠졌던 부산 의료계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의료의 질 향상과 함께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지역 기존 5개 대학병원 외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올 연말 기공식을 가지며, 부산대 양산캠퍼스에는 오는 2011년까지 총 1070개 병상이 건립될 예정이다. 

민간의료기관인 은성의료재단은 좋은강안병원 등 부산시내에 4개 병원, 1050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서울에 가야 볼 수 있었던 PET-CT(암 조기진단 장비)가 이미 시내 5개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의료 및 제약산업 발전의 기초인 지역임상시험센터는 인제대에 전국 최초로, 100억원대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기초의과학센터(MRC)는 부산대와 동아대에 각각 설립됐다. 이러한 변화는 고속철도 개통 이후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 투자를 망설이는 대구·경북의 의료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지역을 잇는 동북아의 중심인데다 온화한 날씨와 해운대 관광특구, 컨벤션센터, 특급호텔, 골프장 등 고부가 의료산업의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교통망도 육상 해상 공중으로 연결된다. 여기다 병원운영의 밑바탕인 지역인구가 울산 경남을 포함해 800만명에 이른다.

부산시가 앞으로 할 일은 의료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동북아 의료허브로 키우기 위한 종합계획을 세워 바이오·실버, 관광·컨벤션 등 부산시의 전략산업과 연계 육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방의 의료시설 확충과 국민적 질환인 암치료를 위한 최첨단 중입자가속기 건설도 포함돼야 한다.

의료계도 각 병원마다 백화점식 진료가 아니라 특정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암의 경우, 종류가 450가지나 되지만 한국의 종합병원들은 10명도 안되는 암 전문의들로 진단과 치료를 하는게 현실이다. 중복투자, 과잉경쟁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로 '윈-윈'할 때 부산은 동북아 의료허브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전문기자
과학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