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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과학칼럼] 의료와 경제의 만남 - 신재국 부센터장

작성자
pa*****
작성일
2006-07-06 10:43
조회
161
[과학칼럼] 의료와 경제의 만남

/신재국 인제대의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장

2006/10/27 031면 11:32:53 PDF보기 |프린터 출력 |뉴스 배달서비스



사진 설명:
얼마 전 모 일간지에 '미국경제,동네병원이 살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의료분야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일을 하다보니 평소 복지 의료의 경제적 중요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를 접하게 되니 더욱 흥미로웠다. 하지만 기사를 다 읽고 나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의 현실이 떠오르며 언제쯤이면 '부산경제,동네병원이 살렸다'라는 기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의 핵심 축인 병원은 현행 의료수가체계에서 비영리 기관으로 제한되어 있어 적지 않은 의료 기관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산출법은 병원이 의료행위를 통해 얻은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의료수입만을 고려했을 때 이야기이다.


의료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의 하나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어느 산업분야보다 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에 게재된 자료를 인용한다면,지난 5년간 미국 일자리 신규창출에 있어서 보건의료분야가 170만명 증가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 기사에서 일자리 창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병원에서 환자진료에 직접 종사하는 인력이 47만8천명,이외에도 건강보험,의학연구소,제약분야,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인구유입보다는 유출이 많은 부산의 입장에서는 의료산업이야말로 매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필자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거창하게 의료산업과 부산 경제를 들먹이는 것은 이와 같이 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산업이 창출해내는 일자리가 지역의 수많은 젊은 인재들의 타 지역 유출을 막고 부산에서 터를 잡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병원 중심의 의료산업 클러스터와 의료복합단지 구축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 지방 자치단체들도 앞 다투어 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제시 및 투자노력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할 때,부산을 핵심 축으로 하는 동남권 의료산업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역 의료산업 거점 클러스터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중심의 의료산업은 지역 의료기관들이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었을 때에만 가능하다. 모든 환자들은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을 선호하며,이러한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수준의 첨단 고급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가는 의생명과학 연구가 필수적이며,이에 종사하는 최고급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학문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필요하게 되며 또한 이들이 자리 잡게 되는 곳에는 이들의 전문성에 기댈 수 있는 관련 제약,의료기기,의료실버 산업 등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동남권 800만 인구의 의료거점도시로,모든 시민들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부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 경제발전의 한 축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의료기관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외에도 첨단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로서 R&D와 의료시설의 확충을 위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경제적,제도적 지원이 시급히 요구된다.


최고 일류 의료기관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규모가 타 분야에서 일류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도 그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면 이에 대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투자를 하루라도 미룰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