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센터 소식

부산일보 과학칼럼

작성자
pa*****
작성일
2006-12-27 10:46
조회
244
[과학칼럼] 생명과학자와 지역경제
/신재국 인제대의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장
2006/12/22 031면 11:21:51 PDF보기 |프린터 출력 |뉴스 배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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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부산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학계와 산업체,언론계,관련 연구기관과 시 공무원이 지난 18일 토론의 기회를 가졌다. 정말 어떻게 하면 부산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현재 부산 바이오산업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는 바이오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바이오산업은 일반적으로 단위 산업체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참여는 고무적이었다.

최근 국가 및 지방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및 이의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됐다. 부산시에서도 바이오산업을 부산의 미래 주요 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도 지적했듯이 "바이오산업은 21세기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갈 산업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문제는 아직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완전히 성숙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에서 2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바이오제품이 공학적 제품과 달리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지식에 기대는 것이 아닌,거대 연구집단의 오랜 연구 결과가 농축되어야 한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바이오분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수행 중인 연구과제에 대해 당장 경제적 창출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물론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 과제를 관리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돈보다는 연구에 치중하는 과학자의 정신과 상반돼 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가끔씩 과학자로서 지역사회와 지역 경제,그리고 내가 속한 직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분명히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하고 있지만,지역 경제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했을까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잘라 답을 하기가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는 조금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밤늦게 일하느라 주변의 음식점에서 자주 식사하고 실험실에 다수의 부산지역 대학 출신 연구인력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외부의 연구자들이 부산의 우리 실험실을 방문하도록 하여 지역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노라는 항변이다.

특히 학회 유치를 통한 외부 과학자들의 부산 방문을 유도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약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데,이를 통해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산에서의 학회 유치라는 것이 연구자로서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도 이를 통해서 내가 속한 지역사회에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일조 하고 있다는 위로를 삼고자 한다면 이는 나만의 억측일까? 물론 과학자라는 직업이 가시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을 주 업무로 하는 것이 아니고,연구와 교육 등 미래지향적이며,무형의 경제적 가치유발이 주 업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가시적인 경제 가치 유발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나름의 논리 전개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장황한 설명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지역경제에 대한 생명과학자들의 관심이 결코 시 공무원,산업체 종사자 혹은 지역의 경제학자들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장에서 당장 제품화 혹은 제품 생산을 통해 가시적 경제 효과를 크게 유발하는 최일선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다양한 노력과 관심으로,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지역의 모든 생명과학자들이 가지는 공통의 마음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이러한 마음을 가진 지역사회의 모든 생명과학자들이 향후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선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